known's JOURNAL

3월 17일의 감사일기

권노운KWONKNOWN 2022. 3. 17.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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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감사일기를 빼먹었지만 딱히 심려치 않는다. 왜냐? 오늘 조금 더 쓰면 되니까. 그래서 일부러 저녁에 쓰는 것을 택했다. 아무래도 아침에 쓰다 보면 시간에 쫓기다 보니 풍부하게 내용을 적지 못할 것 같아서이다. 어제는 늦게까지 친구를 만나고 들어왔다. 지난번 일기에서 언급했던 고등학교 친구를 교정 시작 전에 한 번 더 보기로 한 것이다. 이번에는 드디어 친구의 논문을 받을 수 있었다. 친구는 편지까지 자필로 적어 본인이 제출했던 석사학위논문 양장본을 나에게 주었다.

논문을 비롯해서 이번에도 친구와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었는데, 음악과 문학, 예술, 그리고 역사까지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은 친구는 고등학교 때도 나에게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친구 덕에 많은 주제를 접할 수 있어 좋았다. 친구의 이야기는 내가 잘 모르는 분야더라도 몰입이 된다. 친구가 워낙 흥미로운 이야기를 많이 해주면서, 또 말도 논리 정연하게 잘해서 듣는 재미가 있다. 오랜만에 만나도 고등학교나 과거의 이야기에만 멈춰있지 않고 새로운 관심사, 요새 살아가는 이야기, 지금 느끼는 사회, 그리고 앞으로의 삶들을 고등학교 때처럼 즐겁고 무겁지 않게 나누며 또 다른 공감대를 채워나가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새삼 깨달았다. 연락을 못한 시간이 길었지만 진짜 친구라는 것은 이런 것 아닐까? 고등학교 때도 둘이서 워낙 수다 떠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성인이 된 우리는 술을 시켜놓고도 술보다 말이 먼저였다.

친구는 이번주 주말 생일인 나를 위해 케이크도 사 와서 초까지 불어주었다. 그동안 하지 못했던 생일파티를 하기라도 하듯, 큰 초 2개와 작은 초 9개가 케이크 곳곳에 꽂혔다. 그간 서로 바쁘게 살았던 우리 각자의 10년을 말해주는 냥 말이다. 어제는 마냥 좋고 감사했지만, 글로 적어보니 미묘한 감동이 느껴진다. 코로나로 인한 영업시간 제한으로 맥주는 적당히 마시고 막차시간까지 산책을 했다.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나의 미래도 고민하게 되고, 이런저런 고민이야 너무 골머리 앓지 말자는 생각도 하게 되고, 밤이지만 작게 꽃을 피운 매화도 구경하고, 작은 순간순간들을 온전히 느끼며 보낼 수 있었다. 친구가 말해준 것처럼, 다시 꿈 가득하던 고등학교 때를 추억하면서 지금의 시간을 더 새롭게 채워가는 둘을 보고 있자니 참 좋다. 참 감사한 일이다.

요즘은 시간이 금처럼 느껴진다. 학창시절에 친구들과 놀던 시간은 참 짧게만 느껴졌다. 시험을 앞둔 시간은 참 촉박하고 빨랐다. 군대에서의 시간은 다소 아쉽고, 느리게만 여겨졌다. 취업을 하던 시절의 시간은 무겁게 느껴졌고, 빨리 흘러갔으면 했다. 요즘은 시간이 아깝다. 내 지갑에, 내 통장에 모인, 경제활동을 위한 자금 쓰이는 것보다, 다시 돌아오질 않을 시간들이 내 인생에서 빠르게 사라지고 있음에 아깝다. 돈이 새는 것은 막고 더 좋은 투자를 심사숙고할 수 있지만, 시간은 속절없이 내 시계 안에서 흐르고 있다. 그 시간들을 티끌처럼 모으기 위해 아등바등하며 나를 괴롭힐 필요는 없다. 하지만 친구와 만나 고등학교를 즐겁게 회상하고 지금은 또 더 나은 미래를 고민하듯, 지나간 시간에 후회하지 않고 그 시간을 풍성한 추억과 자기 발전으로 차곡차곡 쌓아가고 싶다. 그게 사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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