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own's knowledge
인생을 살다 보면 선택의 기로를 생각보다 여러 번 마주하게 됩니다. 아니, 사실 몇 천 번이고 몇 만 번이고 선택하는 게 인생일 텐데요. 집과 먼 거리의 대학을 선택하여 기숙사에 살았던 저는, 마찬가지로 집과 먼 회사를 선택하여 통근시간이 왕복 4시간에 달하는 출퇴근길을 견뎌내고 있었습니다. 제 블로그 첫 글의 주제가 '자취방 구하기'가 된 건, 20대 후반의 직장인이 된 제게 가장 중요한 선택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겁이 나기도 하고, 공부도 많이 해야 했습니다.
1. 부모님께 독립 선언하기
회사에서 인턴을 시작하게 된 2019년 1월, 그리고 정식 입사를 하게 된 2월. 그때만 해도 저는 거리 걱정 없이 무탈하게 회사를 다닐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만, 체력은 점점 깎이고 있었고 5월에 부모님에게 처음으로 독립에 대한 운을 띄웠습니다. 기숙사도 했겠다, 군대도 갔겠다, 나중에 말씀드리겠지만 제가 감추고 싶은 어떤 사건도 있었어서, 바로 '그래라~' 하실 줄 알았지만 한눈에 봐도 부모님의 서운함이 너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아버지께서는 아예 대답도 안 하시다 보니 대화를 할 수 없어 결국 조금 더 참아보고 다니게 되었죠. 그런데 하필 회사에서 참여하게 된 프로젝트가 주말 출근도 많다 보니, '아... 이제 더는 통근 못하겠다'라는 마음으로 부모님께 다시 말씀을 드렸고, 다시 한 달간의 대화를 나누어 10월부터 집을 보러 다니게 됩니다.
아무래도 회사 동기들이나 제 주변 친구들도 자취 시기, 집을 구하는 시기가 비슷했다 보니 일단은 '첫 독립'으로 부모님과 트러블이 생기는 경우가 종종 있어 보이더라고요. 저도 마찬가지였으니 말입니다. 우리 모두 서로 삶의 배경이 다르기 때문에 이게 문제인가 싶은 분들도 계시겠지만, 저 역시 부모님이라면 걱정되는 마음에 한 개라도 더 따져보고, 더 예민하고 세밀하게 고민하지 않을까 싶네요:) 무튼 저는 회사를 다닌 지 8개월 만에 인생 처음 독립 준비를 시작합니다.
2. 자금 마련 계획 세우기
(a.k.a. 중소기업 취업 청년 전세자금 대출)
일단 부모님 허락은 받았는데, 집은 어떻게 구하죠?! 가장 먼저 걱정이 됐던 건 자금입니다. 적당한 집은 어떻게든 발품 팔아 구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억대에 달하는 돈을 구경해본 적도 없어서 겁이 덜컥 났습니다. 그래도 구해봐야겠죠? 몇 가지 방법을 나열해봤습니다.
- 나의 자금 (작고 소듕...)
- 부모님의 자금 지원
- 중소기업, 청년으로 받을 수 있는 대출
1. 중소기업취업청년 전월세보증금대출
2. 버팀목 전세자금대출
- 은행 전세자금대출
- 기타 신용대출
정 안되면 월세라도 구해봐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운 좋게도 중소기업 취업 청년이라는 점을 이용해서 '중소기업 취업 청년 전세자금 대출'(이하 중기청)로 대출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중기청 조건에만 맞는다면 최대 1억 원까지 보증금 대출이 가능한데요, 자세한 내용은 이 글을 쓰고 이전에 대출받았던 과정을 정리했던 내용을 한 번 다시 써보도록 할게요. (아래 사진은 발품까지 마치고 집을 구하던 절차 중에 직접 써본 내용들이에요.)
그런데 제가 1억에 딱 맞는 집을 구할 가능성도 낮고, 집을 구하던 2년 전 당시에도 이미 서울에서 적당한 집을 구하려면 보증금이 만만치 않게 든다는 걸 알고 있었죠. 작고 소듕한(?) 제 자금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신용대출을 고민하던 찰나에 다행히 부모님께서 지원해주시기로 결정하셨습니다. 계획은 여기까지, 이제 진짜 매물을 찾아봐야겠죠?
3. 전세 발품 팔기
돈도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 가늠이 되었으니, 이제 정말 매물을 볼 때인데요. 부동산 관련 어플이 많이 나온 만큼 다양한 정보의 청구들은 있었지만, 실제로 돌아다니다 보면 허위매물도 많고 사진과 실물은 정말 다르더라고요. 저는 '직방', '네이버 부동산'으로 매물을 많이 확인했고, 실제로 부동산에 연락하고 방문해서 추가 매물들을 확인한 건 대부분 직방을 통해서 했어요. 직방을 주로 사용한 이유는 비교적 정보가 정확하고 다양한 매물과 '분리형 원룸'을 추구하던 저에게 맞는 매물들이 많다는 느낌을 받아서 자연스레 많이 활용하게 된 것 같아요. 그래도! 사진만 봐서는 믿을 게 못 됩니다. 무조건! 발품을 파셔야 해요.
출퇴근하면서 매물을 확인하고, 부동산에 연락해서 매물을 실제로 보고, 지금은 지웠지만 돌아다니면서 사진 찍어 둔 매물들이 25채 정도였습니다. 집을 선택하는 기준을 잡아두고 봤기 때문에, 적당한 매물을 찾는 데에 시간이 좀 필요했었습니다.
<자취방의 선택 기준 / 권노운 ver.>
0. 중소기업 취업 청년 전세자금 대출이 가능한 매물
(+ 임대인 혹은 매물 자체의 금융 상 문제가 없을 것)
1. 분리형 원룸 혹은 투룸 이상
(침실, 의류와 놀고먹는 공간의 분리 / 가능하다면 침실과 의류의 분리도!)
2. 기본 옵션으로 냉장고와 세탁기가 있는 매물
(+ 그 외 추가 옵션이 있다면 좋음!)
3. 회사까지 door to door로 최대 40분 이내인 지역의 매물
(1순위 : 강동, 2순위 : 천호, 3순위 : 군자)
4. 하루 중 일정 시간에는 볕이 드는 매물
(북향이 아닐 것 / 남향 또는 해지는 것을 볼 수 있는 서향 선호)
5. 화장실이 깔끔할 것
(화장실 청소는 생각보다 귀찮고 힘드니까 애초에 관리가 잘된 곳을 선호)
까다... 롭죠..? 자취방 살면서 얼마나 좋은 매물을 고르겠다고 이런 기준을..이라고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그냥 마냥 보기에는 다 좋아 보여서 저 나름대로의 기준이 필요하더라고요. 위에 0순위인 대출 가능 여부를 제외하고는 1~5번까지는 우선순위는 아니었고 가장 적합한 매물을 고르기 위한 선택지였습니다. 제가 봤던 25채 정도의 매물 중 마음에 들었던 3채는 위의 조건이 모두 성립했었습니다. 신기하게도 강동, 천호, 군자에 각각 1채씩이었는데요, 그중에서도 '테라스'를 품고 있는 군자의 매물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군자 매물을 최종 선택하게 된 이유>
0. 토지와 건축물을 임대인께서 모두 매입한 상태에서 융자금 없이 순수자본으로 지으신 집
(등기 깔끔, 융자X, 집주인분 3층 실거주, 부동산중개업 하시는 분, 인상 좋으심)
1. 분리형 원룸인데, 슬라이드 도어로 편리하고 걸리적거리지 않음
2. 기본 옵션으로 냉장고와 세탁기, 빌트인으로 수납장 + 1층이어서 테라스!
(보안 우려도 있지만 대부분 가려져있고 방범장치들이 있어 안전해 보였음)
3. 집-회사 통근시간 약 35분 정도, 다른 매물에 비해서 먼 거리였지만 인천 집 갈 때 교통 편리
(회사는 5호선, 본가는 7호선 타고 쭉 갈 수 있음)
4. 1층이긴 하지만 남향이어서 10시~2시 사이에는 볕이 확보되는 것도 좋았음
5. 지은 지 1년이 되지 않은 신축, 첫 입주여서 화장실이 아주 깔끔
+추가 : 어린이대공원이 가까이 있어 살기 좋아 보임
다른 매물들은 사진을 모두 지웠지만, 군자 매물은 매물 확인 당시 아무것도 없는 상태의 사진이 있어서 다른 포스팅으로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군자 매물을 선택한 이유에 맞게 여전히 만족하며 잘 살고 있고, 이제는 세입자가 된 지 2년이 다 되어가서 재계약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마무리
집 구하기 포스팅에 대한 소감을 말씀드리자면, 조금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주저리주저리 써보면서 과거의 순간도 회상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오탈자 수정이든, 내용 수정이든 그런 것엔 관계없이 마무리를 한다는 게 일단은 첫 발을 뗀 거 같아 가벼운 성취감이 드네요. 집을 구한 지 2년이 다 되어가서 이런 글을 쓴 것도 저의 작고 사소한 역사를 써 내려가는 느낌이 들어 괜히 대단한 느낌이 있네요. 2년 전의 제가 대견하기도 하고요. 집을 구하기 위해 준비하고 계신 분들에게 유용한 글인지는 모르겠으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시기 바라고, 이글 읽으신 분들 모두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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