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own's TRIP

[KNOWN.TRIP] 환절기의 북악산 트래킹과 서촌 나들이 2편 | 부암동 | 서촌 | 온그라운드 | 더북소사이어티

권노운KWONKNOWN 2021. 10. 5.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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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nown's knowledge 

 지난 글에 이어 써보도록 할게요. 북악산 탐방로를 걷고 자하 손만두에서 만둣국을 먹은 뒤, 회사 동기와 함께 햇살도 즐기며 경복궁 서쪽의 서촌으로 걸어 내려갔어요. 길은 저희가 버스를 타고 올라왔던 길인데, 걸어 내려가는 것도 나름 괜찮았어요. 햇살을 즐긴다고는 했지만 역시나 환절기답게, 아니 환절기보다 더 하게 햇살이 내리쬐었습니다. 정말 늦여름이 기승을 부리네요. 그래도 좋았어요. 오랜만에 이런 햇살을 맞으면서 잡생각 없이 산책이라니, 여유 그 자체였습니다.

온그라운드의 간판 하나 없는 깔끔한 분위기

http://www.on-ground.com/

 

Main | Onground Exhibition

<> 온그라운드 갤러리는 큐레이터 조수아의 를 개최합니다. 코로나로 인해 세계각지에 격리된 예술가들이 개개인의 독특한…

www.on-ground.com

 온그라운드, 지도에는 온그라운드 지상소로 나오는 이곳은 갤러리이자 카페였습니다. 골목을 돌아다니면서 우연히 찾은 것 치고는, 아주 상당한 규모의 카페이면서 우연히 찾을 수밖에 없을 정도로 간판이 없는 깔끔한 카페 입구의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어요. 링크해드린 주소는 온그라운드 갤러리를 담고 있는데, 저희가 갔을 때는 전시로 쓰이는 공간 모두 객석으로 활용되고 있었어요. 마치 집을 여러 개 터서 만든 공간처럼 다이내믹하고 미로 같으면서도 체계가 나눠져 있는 다양함이 이색적이었습니다.

 지상소는 지상 작업소로 땅 위에 두 발로 서 있는, 즉 확고하고 당당한 장소라는 의미를 품고 있다. 손에 닿을 수 없고 그려지지 않는 것과는 다른, 경험적이고 실체가 확고한 장소를 통해 이어지는 발걸음 또한 확고해질 수 있기를 바란다. 이곳에서의 이뤄지는 전시의 주제는 건축이다. 여기서 말하는 건축은 과거 흔히 말하는 건설의 개념은 아니다. 건축이라는 틀 안에서 이뤄지는 모든 것들을 건축이라 말하고 그것들에 대하여 경험적이고, 사회적인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중략) 우리는 이 곳에서 소통한다. 길과 길이 건물을 통해 소통하고 공간과 공간이 소통한다. 그리고 그 공간 속에서 우리는 이야기한다. 자리 잡은 콘텍스트에 조금의 새로운 것들이 더한, 그 사이에서.

- 온그라운드 갤러리 홈페이지에서

 홈페이지의 소개글에서 말하는 것처럼 이 공간은 제각기 말하고 싶은 바가 아주 넘쳐난다는 듯이 각양각색의 공간을 뽐내고 있었고, 그에 맞춰 손님들도 저마도 마음에 드는 가구나 공간으로 자리를 잡으셨습니다. 혹자는 약간 정신이 없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혼돈 속의 질서인 냥 자리 잡은 오브제와 다채로운 공간감이 정말 재밌는 첫인상을 주었습니다.

 갤러리라는 본연의 공간 역할도 충실히 해낼 수 있다는 듯이, 곳곳에서 마주치는 회화도 공간의 풍성함을 더해주었는데요. 액자에 걸린 또 다른 세계와 벽면을 가득 채운 무채색의 네모들은 조명과 어우러져 여유를 즐기고 싶은 오후 공간에 딱 맞는 안락함을 선사해주었습니다. 

아이스바닐라라떼 8,000원 / 아이스아메리카노 6,000원

 커피맛도 괜찮았는데, 이곳 카페들 가격은 알아줘야 하지만 사실 공간이 주는 느낌으로 더 많은 것을 받아가는 기분이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간은 불편했던 게, 사장님이 조금 예민하신 것 같은 느낌이랄까, 직원분들이 기가 많이 죽어계신 것 같고 혼이 많이 나는 것 같아서 카운터나 카페 초입에 있는 것이 좀 불편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앉은자리는 가장 안쪽이었어요. 자리는 비교적 많이 떨어져 있었고, 2인석이 즐비한 카페가 아니라 정말 다양한 소품과 가구로 특색 있는 구성을 만들어내시려 한 것이 느껴져서 새롭고 좋았습니다. 

 

 산도 갔다왔고, 카페도 갔다 왔으니 이제는 몸이 노곤 노곤해지는 느낌에 그만 집으로 가려던 찰나, 바로 맞은편의 책방에 동기들이 관심을 보여 한 번 올라가 보기로 했어요. 2층이었는데, 밖에서 봤을 때도 한 번쯤은 꼭 방문해보고 싶은 느낌을 풍기는 책방이었습니다.

https://thebooksociety.org/

 

The Book Society

The Book Society

thebooksociety.org

 더북소사이어티를 처음 딱 들어갔을 때의 첫인상은 왠지 보물 같은 책을 발견할만한 곳 같았습니다. 포장이 뜯기지 않은 책과 포장이 뜯긴 견본의 책이 함께 꽂혀 있어서 책을 구매하려는 자에게도, 책을 감상하려는 자에게도 모두 좋은 도서 열람 공간이었어요. 왠지 이곳에서 보는 책들은 디자인적으로 더 많은 영감을 줄 것 같은, 그런 느낌의 공간이었습니다.

더 북 소사이어티는 출판을 매개로 서울에서 활동하는 컬렉티브입니다. 2010년부터 미디어버스라는 이름으로 출판과 편집을 전개하며, 전시와 프로젝트를 기획합니다. 한편, 더 북 소사이어티라는 이름의 서점 겸 프로젝트 스페이스를 운영하며 현대 미술, 디자인 관련 국내외 도서를 판매하고 유통합니다. 블로그와 소셜 미디어(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트위터)에서 저희 행사와 소식을 열람할 수 있습니다.

- 더북소사이어티 홈페이지 소개글에서

 정말, 왠지 새로운 아이디어를 전달해줄 만한 무언가가 숨겨져 있을 것 같은 공간입니다. 불규칙하면서도 규칙적으로 배열된 책과 그것으로부터 오는 잔잔한 향들은 책보다도 공간에 취하게 하는 마력이 있는 것 같아요.

 그중에서 시선을 끄는 책이 있었는데, 설치미술가로 활동 중인 강익중 님의 작품을 엮어 출간한 도서였어요. 배가 아프다는 내용이 있었나, 굉장히 가벼운 이야기부터 결코 그냥 웃어넘길 수 없는 진리가 담긴 글귀까지 담긴 색색의 한글작품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사실 그전까지는 몰라 뵈었는데, 인터넷으로 다시 찾아보니 2018년에는 순천만 공원에서 한글작품으로 쌓아 올린 현충공원이라는 작품 활동까지 하셨더군요. 그러고 나니 이 책의 마지막에 그려져 있던 임진강의 다리 그림이 더욱 이해가 갔습니다. 그 그림은 남한과 북한을 가로지르는 임진강 사이에 한글작품으로 꾸며진 동그란 다리를 둔 그림이었어요. 그냥 그림이라기보다는 그래픽이었습니다. 실제로 실현이 되면 어떨까 싶을 정도로 실현된다면 정말 장관일 것 같고, 작가님께선 이를 '꿈의 다리'라고 명하셨더라고요. 순국선열과 통일염원까지 담은 한국적인 작품을 하신다는 데에서 그 의미가 아주 깊고, 신념이 보이는 작가라고 느껴집니다.

 오늘의 이 시간도 지나면 그저 순간에 불과하겠지요. 강익중 작가님의 작품처럼 화려하게 빛나고, 온그라운드의 공간처럼 다양함을 즐길 줄 아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같은 매일을 살더라도, 이런 경험들이 모여 생각의 방향성이 다양해진다면 매일 같은 하루도 새로운 하루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찰나 같은 순간에 반짝일 수 있는 삶을 상상하고 실천해보도록 하지요. 그럼 이만 줄이겠습니다.

 

 known's knowled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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