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own's JOURNAL

2월 19일의 감사일기

권노운KWONKNOWN 2022. 2. 19.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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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조부모님 제사가 있었다. 몇 주 전부터 알고 있어서 원래 오늘 오후에 서울집을 정리를 하고 인천으로 가려고 했는데, 갑자기 현장출근 일정이 부천으로 생기면서 어젯밤인 금요일 저녁에 부랴부랴 인천으로 왔다. 아침에 일어나서 어머니가 챙겨주시는 아침상과 아버지가 태워주시는 차를 타고 현장에 도착했다. 회사를 다니고 있긴 하지만, 아직 부모님의 보호와 원조를 많이 받는 아이이다. 부모님에게 아주 감사한 아침이었다.

현장에는 7시 30분에 도착했다. 현장지원은 개발자인 우리가 스스로 결정한 내용이다. 교육과 내용전달, 초기 안정화를 위한 대응 모두 이 제품이 시장에 빠르게 정착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회사에서는 많은 영업건과 그에 맞는 납품이 줄이어 있고, 시공에 대한 일정과 팀 배정, 세세한 관리까지 모두가 산재해 있는 일들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일 안에서 회사의 기조인 서로 도움을 실천하고자 하지만, 하면 할수록 이제 의문이 든다. 시공담당자는 도움을 원하지만 도움을 원하지 않는다. 무슨 말이냐면, 본인이 원할 때, 특히 모르는 것이 있을 때만 도움을 원하고 그외에는 방해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 보인다. 오늘 7시 30분에 나간 것은 시공 시작시간이 이르기 때문에 일찍 나가서 도와주기 위해 나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현장은 제각기 돌아가고, 그런 초기 계획은 완전히 백지화됐다. 오늘은 감사함보다 분노가 좀 컸다. 애초에 우리가 알던 시간보다 7시간을 늦게 시작했고, 도움을 드릴 타이밍을 우리가 가려내가면서 도와드려야 했다. 도저히 안될 것 같은 순간에 도와드리는 것은 오히려 방해로 받아들이며 뭐가 틀어졌다는 둥, 이래도 안된다는 둥, 불만이 나오기 시작했다. 내가 지원을 나온게 마치 훼방을 놓으러, 일을 키우려 온 사람처럼 느끼게 하는 것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오늘 일이 있음으로써 나는 이제 회사에서 수행해야 할 역할을 비롯해, 내가 할 수 있는 영역, 할 수 없는 영역, 하지 않아도 될 영역, 각 부서 서로 간의 업무 영역 등 업무 분장과 역할 및 책임에 대해 깊게 따지기 시작할 것 같다. 일이 되는 쪽으로 생각하는게 중요하긴 한데, R&R을 정확히 하는 것도 규모 있는 회사에선 중요한 것 같다. 놓치고 있던 것들을 새삼 다시 보게 되어 감사하다.

예상보다 매우 늦어져서 집에는 7시가 넘어서야 도착을 했다. 이미 제사상은 차려져있었고, 정리하고 바로 제사를 지냈다. 오랜만에 만난 누나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누고, 부모님과도 말씀을 나누다보니 느낀 것이 근 몇 년간 친척간의 관계가 매우 간소해졌다는 것이다. 돌아가시는 분들이 생기고 서로 남아 있던 미세한 틈들은 더 크게 벌어져 이제는 거의 얼굴조차 보지 않는다. 나는 대가족의 구성을 매우 좋아했는데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잘날 없다는 옛말처럼, 자라면서 관계는 적당히 정리되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을 한다. 행복만을 찾기도 빠듯한 세상이다. 불편한 관계들에 누구도 나를 옭아매지 않았으면 한다. 물론 나도 엮일 생각이 없다. 오랜만에 관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이 밤이 감사하다.

오늘은 전반적으로 심기에 가시가 돋혔다. 감사하다는 말로 포장을 하지만 삐쭉거리는 내 마음이 여기저기 온 감정을 들쑤시고 다니는 것 같다. 가족, 회사, 친지, 메신저를 통해 얘기를 나누는 친구들까지 오늘은 관계 속에서 하루를 보냈다. 내일은 서울로 돌아가 나에게 자유시간을 조금 줘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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