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own's JOURNAL

2월 5일의 오후일기

권노운KWONKNOWN 2022. 2. 5.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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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아침일기가 아니다. 어제 술을 마시고 나니, 오전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아침을 거르고 점심을 먹고,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유튜브에 올릴 영상을 서둘러 마무리했다. 간밤에 취해서 생긴 나의 감정싸움으로 머리가 복잡하다. 그래도 이래저래 감사한 일은 어떻게든 생기는 것 같다.

어제 쉬고 있는 나에게 전화를 걸어 영화를 보자고 한 친구에게 감사하다. 사실은 연휴동안에 업무나 나의 일과에 대해서 정리하는 시간을 많이 가져보려고 했는데, 혼자 있을 때 게으른 특유의 성격 상 시간을 조금 흘려보냈을 것 같다. 치아교정상담을 받으려고도 했지만 예약을 해뒀던 것은 아니었기에, 보고 싶었던 영화를 친구와 함께 보았다. 감사의 인사를 더 전하자면, 회사에서 매월 소개하는 책들을 읽고 쓰는 독서후기를 모두 제출하는 사람에게 주는 문화상품권으로 영화를 봤다. 모든 독서후기를 쓴 작년의 나 자신에게도 감사하고, 이런 제도를 마련해준 회사에게도 감사하다.

어젯밤에 취한 나는 주변의 가벼운 투정에도 마음이 많이 언짢았다. 내가 나서서 우리 집에 가자는 것도 아니었고, 가는 내내 듣는 무심한 말들에 점점 기분이 상했다. 그래서 막무가내로 집에 온 사람들을 돌려보냈다. 취하지 않았거나, 서로 잘 아는 사이라고 생각했으면 가벼히 넘길 일이었지만 어쨌든 나도 택시를 타고 있는 동안 췻기가 더 많이 올라버려서 사람들을 돌려보내고 그렇게 일단락되었다. 나는 술을 마시면 감정 기복이 커지기 때문에 술을 되도록이면 마시지 않는 편이 좋다. 이런 생각을 다시금 상기하게 되어 감사하다. 일어나서 미안하다는 연락은 취했으나, 간밤의 나의 행동에 대해서는 많이 반성하고 자리를 함께 한 사람들 모두에게 죄송하다.

소란스러운 시간들을 보내고 마실 수 있는 커피 한 잔에 감사하다. 복잡한 머리와 가라앉은 기분을 환기하고, 방을 정리정돈하고, 사용한 식기를 치우고, 빨래를 돌리고 난 후에야 앉아서 따뜻한 한 모금을 마신다. 어쩌면 술을 마시고 나서일지도 모르겠어서 음주에 감사를 전해야할지도 모르겠다. 충분한 휴식을 취한 뒤 넘기는 부드러운 커피에, 내 안과 밖 모든 것이 고요해진다. 문제없이 잘 작동해주는 커피포트에게도 은연 중 감사함을 느낀다.

시간은 벌써 오후 5시를 넘겼다. 연휴의 마지막날을 향해서 가까워져 오고 있다. 이건 그리 감사하진 않지만, 시간이 흐르고 있고 또 다른 하루를 만날 수 있고 만들어갈 수 있음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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